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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방

[야생화]능소화

능소화에 얽힌 이야기 

능소화는 중국이 원산인 덩굴 식물로 낙엽교목이다.
나팔모양의 주황, 홍황색의 꽃이 늦여름에 피고 개화기간이 길 뿐 아니라(7~9월) 꿀이 많아

양봉 농가에도 도움이 되는 나무이다.
옛날 우리나라에서는 양반집 정원에만 심을 수 있었고, 일반 상민이 이 꽃을 심으면 잡아다가

곤장을 때리고 다시는 심지 못하게 했다고 하여 ‘양반꽃'이라고도 했다.

이 꽃의 특징은 덩굴의 길이가 10m에 달하고 줄기 마디마디로 부터 뿌리가 생겨 다른 사물에

잘 달라 붙는다. 한여름 담장 높이 올라가 크고 탐스런 꽃들을 주렁주렁 많이 피우는데,

 바람이 불면 마치 여인의 치마자락처럼 너울너울 흔들거린다.
감리 기준으로는 덩굴길이 L로 표기되며 몇년생 등으로 구분한다. 병충해 피해도 별로 없고

중부 이남지역에서 잘 자라며 토질은 그다지 따지지 않을 만큼 왕성한 생육을 자랑한다.
부산 남산 하이츠빌라 담장에 어우러져 심겨 있다.
한동안 능소화가 보기 힘들었는데, 요즘에는 도시 주택가에서 많이 보여진다.

이 꽃을 ‘구중궁궐의 꽃'이라 칭하는 이유가 있는데 이야기를 풀어 볼까나. 
 

옛날 옛날 복숭아 빛 같은 뺨에 자태가 고운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대요.
그런데 어느날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사이 빈의 자리에 앉아
궁궐의 어느 곳에 처소가 마련되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임금은 그 이후로 빈의 처소에
한번도 찾아 오지를 않았다고 하네요. 그 임금 왕밥맛이네요^^;;
암튼 빈이 여우같은 심성을 가졌더라면
온갖 방법을 다하여 임금을 불러들였건만
아마 그녀는 그렇지 못했나 봐요. 착한 소화...
빈의 자리에 오른 여인네가 어디 한 둘이었겠어요?!

그들의 시샘과 음모로 그녀는 밀리고 밀려
궁궐의 가장 깊은 뒷방에 기거하게 된 소화는
그런 음모를 모르는 채 마냥 임금이 찾아 오기만을 기다렸대요.
혹시나 임금이 자기 처소에 가까이 왔는데
돌아가지는 않았는가 싶어 담장을 서성이며 기다리고,
발자국 소리라도 나지 않을까, 그림자라도 비치지 않을까,
담장을 너머너머 쳐다보며 안타까이
기다림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여름날 기다림에 지친 이 불행한 여인은
상사병 내지는 영양 실조로 세상을 뜨게 된대요. 바보..ㅠㅠ
권세를 누렸던 빈이었다면 초상도 거창했겠지만
잊혀진 구중궁궐의 한 여인은
초상조차도 치루어 지지 않은채 담장가에 묻히며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라고 유언을 남겼죠.

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온갖 새들이 꽃을 찾아 모여드는 때
소화의 처소 담장에는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높게,
발자국 소리를 들으려고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이 피었으니
그것이 바로 능소화라는 이야기예요.

암튼 능소화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많이 담장을 휘어감고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데
그 꽃잎의 모습이 정말 귀를 활짝 열어 놓은 듯 하죠.
중요한 건 이거예요...
한이 많은 탓일까,
아니면 한 명의 지아비 외에는 만지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을까?
꽃 모습에 반해 꽃을 따다 가지고 놀면
꽃의 충이 눈에 들어가 실명을 한다지요.

능소화를 보면
그 여인 '소화'는 참 아름다운 여인이였을 것 같아요.
여인네의 한많은 애환이 깃든

이야기 인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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